우키북스의 독후감 - 찬란한 멸종 편
과학 커뮤니케이터.
유튜브가 되었든, 공중파가 되었든간에 여러 매체 속에서 '과학'이라 불리는 어려운 분야를 쉽고 재밌게 전달해 주는 직업을 말한다.
과거의 '칼 세이건'부터 지금의 '궤도'까지.
우리는 그들이 알려주는 지식을 유희처럼 받아들이면서, 지식의 습득을 '공부'라는 고리타분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즐겁게 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과학 컨텐츠들을 매우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 팬심을 가지고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또한 몇 분이 계신다.
그 중 한 분이, 바로 이 '찬란한 멸종'을 쓰신 '이정모' 작가님이시다.
그 분의 이미지는, 아침마다 직접 짠 우유라며 웃으면서 그것을 건네는 푸근한 목장의 이웃집 아저씨 같지만,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의 표현력과 방대한 지식은, 이웃집 아저씨가 정장을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나왔을 때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친근함과 전문성,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추었다는 것이다.
그런 이정모 작가님이 이번에는 '멸종'이라는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고 하신다.
그것도 거꾸로 말이다.
보통 진화가 일어나는 과정이라던가, 역사가 진행되는 과정같이,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단일방향성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기원부터 차근차근 파악해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보란듯이 그것을 비틀고, 현재도 아닌 미래에서부터 멸종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인간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시점으로 말이다.
- 캄 오실 때 석탄 퍼오시면 튀긴 쥐포 백마리 드립니다. -
이 문장은 생명의 분화가 가장 활발하기도 하였으면서, 반대로 5번의 대멸종이 있었던 고생대와 중생대의 시기를 외우는 방법이다.
캄(캄브리아스기) 오(오르도비스기)실(실루리아기) 때(데본기) 석탄(석탄기) 퍼(페름기)오시면 튀(트라이아스기)긴 쥐(쥐라기)포 백(백악기)마리 드립니다.
이거, 이정모 관장님이 가르쳐주신거다.
각설하고!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넘어 흔히들 인류세라고 표현하는 지금의 시기에는 인간이 스스로의 멸종을 자초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왜 화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테라포밍을 해서라도 화성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 인간은 아주 급격한 속도로 지구를 변화시키고 있다.
1.5도의 법칙.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더 올라가게 된다면 더 이상 우리는 지구를 지킬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고작해야 1.5도? 싶겠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5번의 대멸종, 빙하기가 오거나, 200만년에 걸친 장마가 오거나 하던 그 변화들이, 모두 1.5도에서 2도 사이의 움직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지금 그것을 가장 잘 느끼는 것은 누구일까?
과연 인간일까?
이 책에서는 그것을 범고래와 산호로 분하여 예를 들고 있다.
그들의 1인칭의 시점과 화법이, 한편으로는 어색하고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것을 조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들이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을 해주지 않는다면, 우리 인간들은 끝까지 알아듣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태초의 지구 가이아와, 그의 이웃이었던 테이아.
그들은 함께 맞물리며 태양을 공전하였고, 서로의 중력을 견디지 못하여 거대한 충돌을 만들어내고 만다.
그 거대한 것들끼리 서로 부딪쳤으니, 얼마나 많은 분진이 일었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돌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했겠느냔 말이다.
그 충격으로 가이아와 테이아를 벗어난 잔해물들은 또다시 서로의 중력으로 응집해 달이 되었다.
그리고 가이아와 테이아는 하나로 맞물리며, 지금 우리가 밟고 서 있는 이 땅, 지구가 되었다.
이것이 45억년 전의 일이다.
그 이후 세균과 고세균들이 생겨나며, 혐기(산소를 싫어하는 성질)와 호기(산소를 좋아하는 성질)가 나뉘어지고, 그 과정에서 진핵생물이 생겨나며 미토콘드리아와의 공생을 시작한다.
그리고 염색체를 교환하는 성(sex)의 존재가 발생하였고, 그 이후 생물은 어마어마한 가문들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그 가문들은 멸망과 재생성을 반복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 책은 아주 재미난 이야기책이다.
그것도 과학적 지식을 매우 쉽게 익힐 수 있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지식의 보고이다.
그렇기에 난, 과학의 입문이 힘들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많은 분들에게 자신있게 이 책을 권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있었던 지질시대의 변화와, 우리의 어머니 지구가 보여주었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은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우리의 생존 FM이다.
대자연의 철퇴를 견뎌낼 수는 없다.
지금껏 멸종을 겪었던 수많은 가문의 생명들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는 다르다.
과학이라는 말도 못할만큼 강력한 권능이 있고, 그것을 현실화 해 낼 수 있는 기술이 있으며, 하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어떻게든 해내고야 마는 인간의 집요함이 있다.
지구의 기온이 오르고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화성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것은 비싸다.
그리고 어렵다.
만약 그것을 행할 기술력과 자본력이 있다면, 지금의 지구를 지키는 것이 훨씬 더 가치있고 저렴하며, 수월할 것이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멸종은 찬란하다.
반면교사로서 말이다.
#이정모 #찬란한멸종 #멸종 #생명 #과학 #지구 #생물 #보다 #커뮤니케이터 #책 #독서 #범고래 #산호 #공룡 #삼엽충 #미토콘드리아 #가이아 #테이아 #독후감 #후기
'우키북스 - 책에 관한 이야기 > 우키북스의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 "천국보다 성스러운" / 후기 - 독후감 (2) | 2025.01.20 |
---|---|
소설 - "여기는 안녕시 행복동입니다" / 후기 - 독후감 (2) | 2025.01.03 |
에세이 - "멸치생각" / 후기 - 독후감 (2) | 2025.01.02 |
에세이 -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 / 후기 - 독후감 (4) | 2025.01.01 |
소설 - "프로젝트 헤일메리" / 후기 - 독후감 (2) | 2024.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