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북스의 독후감 - 엘리펀트 헤드 편
와.......
일단 감탄부터 좀 하고 가겠다.
정말 재밌다.
필력이 미쳤다.
몰입감이라는 걸 이토록 진하게 느껴본 것은 정말 모처럼인 것 같다.
띠지에 적혀있던 "악마가 소설을 쓰면 분명 이럴 것이다."
라는 글귀 하나만 보고 꽂혀서 구매했던 도서.
그것이 나를 이토록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줄은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주인공 기사야마는 겉모습이 너무나도 멀쩡한 악마이다.
좋은 직업에 준수한 외모.
아름다운 배우자는 물론이고 사랑스러운 두 딸로 구성된 화목한 가정까지.
남들이 부러워할 요소들을 두루 갖춘 그야말로 엄친아의 전형이지만,
그의 진정한 모습은 사람의 목숨을 파리같이 여기며, 그릇된 성관념을 가진
끔찍한 범죄자에 불과했다.
그리고 작가 '시라이 도모유키'는 그것을 너무나 훌륭한 필력으로 표현해놓았다.
이 소설은 어떻게보면 복잡하기 그지없다.
마약, 살인, 이상성욕까지는 싸이코니까 그렇다고 하겠지만, 이것을 넘어
양자역학, 양자얽힘, 시간선의 분기에다가 절대자의 존재까지 파악을 하여야한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들이 시간을 파악하는 대뇌속 피질분할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라는 것도 자각하고 있어야만 한다.
심지어 각 분기된 시간선상의 기사야마가 하는 행동들 또한 모두 주시되고 있다.
어지간한 스토리텔링 파악으로는 어느새 책 위를 헤매고 있을 자신을 발견하기 딱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래, 그래야만 하는데 말이지......
이런 내용이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있나?
그 복잡함이 전혀 불편하지가 않다.
기사야마 A의 시간선에서 일어나는 일을 중점적으로 우리는 보게되지만, 기사야마 B와 C, D까지 이어지는 4가지의 분기된 시간선은 결국은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시간선을 생활하기 때문에, 우리는 동시에 4가지의 일을 알아야만 한다.
그런데 그것이 전혀 헷갈리지가 않는다.
작가의 필력이 여기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빨려들듯 읽어내려가지는 문장의 필력 자체도 우수하지만, 이런 수많은 이야기의 복잡한 시간선들을 독자가 파악해내는 것을 절대 어렵게 만들어놓지 않았다.
그리고 일어나는 미스테리한 사건들.
각각의 시간선은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의 시간선의 사건을 간섭한다.
양자얽힘의 내용이 펼쳐지는 것이다.
둘째딸, 아야카의 폭발.
그것은 상당히 기괴하다.
우리가 보는 기사야마 A의 시간선에서 아야카는 길을 걷다 이유없이 터져버린다.
즉, 다른 시간선상의 어떠한 아야카가 폭발한 채, 사망을 해버렸다는 거다.
그것이 다른 시간선이지만, 결국 모든 가능성이 중첩되어있는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서로의 생활에 간섭을 일으키는 것이다.
벌써 어지럽지 않은가?
그런데 이것이 전혀 어렵게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 이 작가의 내공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닫게 했다.
최초 띠지에서 발견한 "악마가 소설을 쓰면 분명 이럴 것이다."라는 문구.
이 한줄이 정말 이 소설을 표현하기에 딱인 내용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그 반전이 주인공 기사야마의 추악함에서 모두다 비롯된다.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라는 경악이 읽는 내내 내 입을 벌리게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된 가상의 현실이지만, 이 작가의 어두운 상상이 어디까지 펼쳐질 수 있을지가 한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할 정도이니 말이다.
독서에 입문하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재미 없다고 느껴지는 행위 중 대표적인 하나가 독서이니 말이다.
그리고 독서를 권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좋은 책을 읽으라고도 말한다.
근데 난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독서를 좋아하여 이렇게 늘 독후감도 쓰고, 이런 계정도 운영하지만......
꼭 좋은 책만을 읽어야 하나?
그냥 재밌으면 되는 거 아닌가?
재밌는 책을 읽으며 독서에 재미가 붙으면, 결국 흔히 이야기하는 좋다는 책들도 읽어지게 될텐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난 장르소설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이런 추리 미스터리 소설도 좋으며, 나아가 SF와 무협지, 하물며 판타지까지.
일단 읽어보시라.
그리고 그 시작으로 이 소설도 강력하게 권한다.
뭐, 내용이 워낙 극악무도하여 얕은 정신력으로는 계속 읽어내려가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근데 생각해보면 영화는 그러한 것들을 곧잘 찾아보지 않는가?
내용이야 문턱이 높을 수 있지만, 재밌는 독서를 시작하기에 이 소설은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될 거라 자신한다.
아, 미성년자는 읽지마시길.
뭐, 어쨌든!
이 책은 정말 너무 재밌다.
근래 들어 읽은 소설 중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다.
감동이나 교훈 따위는 없다.
그냥 재밌다.
이 계정을 운영하면서 가장 먼저 쓴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SF소설은 재미도 재미지만, 그에 걸맞는 감동과 서사가 있었다.
이 소설은 그런거 없다.
그냥 압도적으로 재밌다.
그리고 신명나게 읽힌다.
한 해의 시작과 함께하기엔 다소 무거운 내용일지는 모르겠으나,
재미 하나는 무조건 보장하니, 장르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무조건 구매하시길 바란다.
나는 이 작가의 책을 모두 장바구니에 넣어놓았다.
#엘리펀트헤드 #시라이도모유키 #소설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일본소설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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